안녕하세요, 미술치료사 금서입니다.
치료와 치유, 힐링의 경계가 모호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비단 미술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사람들, 혹은 미래를 위해 내 마음을 더욱 견고하게 다듬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내면으로 향하는 접근법이 다양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저를 미술치료사라고 소개합니다. 전공은 Art Therapy(미술치료)이고 자격증에도 Art Therapist(미술치료사)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찾는 분들이 모두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 것은 아닙니다.

미술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하더라도 누구나 다 직관적으로 미술 활동이 좋은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미술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 되었고, 예술 활동이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예술 활동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부작용 위험이 낮은 건강 관리법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잖아요! 미술이라는 한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도 드로잉, 페인팅, 공예 등등 다양한 형태로 미술을 경험하고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림을 그리는 것, 미술을 하는 것은 영양분을 섭취하고 적당한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우리가 꼭 해야 할 건강한 행동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술치료란 무엇이고 미술치료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2024년 10월에 열렸던 미국 미술치료 학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던 화두입니다.
미술치료는 창의적인 표현 과정을 통해 개인의 내면 성장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심리치료법입니다. 심리학 이론을 기초로 한 그림으로 알아보는 발달 단계, 그림에 드러나는 심리 상태, 안전한 관계 형성을 위한 미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미술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술치료사와의 안전한 관계 속에서 창의적 표현활동을 하는 것이 미술치료입니다.
일반 심리치료가 언어적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면, 미술치료는 감각적 소통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표현으로 나에 대해 더욱 깊이 알아가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사고와 행동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목표를 가진 미술작가와 함께하는 그림 활동,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느끼는 힐링,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공공 미술 프로그램들은 미술치료라고 볼 수 없는 걸까요? 내 마음과 생각들을 혼자서 그림으로 그려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미술치료가 아닌 걸까요? 미술치료의 경계는 파고들수록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쉽게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미술치료 학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미술학원을 찾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은데, 미술 심리상담실은 문을 두드리기가 꺼려집니다. 사람들과 함께 그림 그리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원했는데, 막상 미술학원을 가보니 멋진 그림 테크닉 배우기에만 집중되어 나 자신을 또 한 번 경쟁과 스트레스로 몰아넣습니다. 그런 압박감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my visual essay 아트테라피 스튜디오에서는 작품을 위한 미술이 아닌 내 마음을 위한 미술을 합니다. 그림을 통해 나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고, 그림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해 미술 심리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화실, 미술학원, 미술심리상담실, 미술치료실…. 어떻게 부를지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